목장나눔

동병상련 (同病相憐)

작성자
NH
작성일
2019-05-19 16:59
조회
1173
처음엔 아니지 싶었습니다.
월요일에 산호세지역 모임에 참여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눈이 몹시 가려웠습니다.   알러지가 심해진 것이려니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충혈된 눈을 보고 아내가 혹시 Shingles(대상포진)가 눈으로 온 것이 아닌지 걱정을 했습니다. 예방주사도 맞았는데 설마 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고통스런 병으로 알고 있는데다 눈과 같은 부분에 생기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은터라 다음날 서둘러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응급실 의사는 친절하고 세밀하게 살펴보아 주었습니다. 각막에 상처가 생겼는데 대상포진은 아닌 것 같다고, 그래도 내일 안과 전문의에게 가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병원을 나서며 괜히 호들갑을 부렸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럽기도 했고 아내가 수선을 떨지만 않았어도 응급실까지 오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원망도 있었습니다.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교회에 나갈 준비를 다 하고 일찍 병원에 갔습니다. 이번에는 연세가 제법 드신 안과의사를 만났습니다. 응급실하고는 다른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바이러스가 눈에 침투한 것이 맞고 대상포진으로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아플거라고, 약을 오래 먹어야 한다고, 오늘 직장에 가지 말라고... 귓전을 맴도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역시 그랬구나... 걱정하던 그 병이었구나...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순간 제마음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암입니다.’ ‘재발하셨는데요’ ‘장에 뭔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하겠습니다.’ 요사이 이런 말을 들었던 우리교회 가족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랬을 것입니다. 저야 두 주쯤 앓으면 낳을 하찮은 질환에 불과하지만 이런 부담스런 병명들이 자기 것으로 선언되었을때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출렁였을지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두려움, 속상함, 걱정, 억울함... 우리 가족들의 마음에 담겼을 감정들입니다. 잘 몰랐습니다. 얼마나 마음을 비집고 들어 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을지... 그래서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뜨거웠을지... 잘몰랐습니다.

동병상련이란 말이 있습니다. 풀어내면 이런 말이지요. ‘같은(同) 병(病)을 앓는 사람들은 서로(相) 동정하는(憐) 것이다.’ 어디 몸의 병 뿐이겠습니까? 비슷비슷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비슷한 어려움을 삶에 담고 살아갑니다. 내 아픔은 그 사람에게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서로 불쌍히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서로를 마음으로 품고 불쌍히 여기며 살아가면 고단한 인생여정이 조금은 따뜻해 질 것 같습니다. 우연치 않은 제 작은 질환은 우리 식구들의 마음을 조금 더 알라고 하나님이 주신 교훈인것 같았습니다. 이번 주일에는 혹시 면역이 약한 분들께 제 병을 나누어 드릴까 염려가 되어 손을 꼭 잡고, 어깨를 부둥켜 안고, 이마를 살짝 맞대며 하는 인사는 못 드릴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9년 5월 19일, 권혁천목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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